어린 시절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며 잠자리를 잡거나 개울에서 송사리를 잡는다고 종이컵을 들고 첨벙 대며 놀았던 즐거운 기억이 있다. 그때는 아침부터 놀러 나가면 동네 아이들과 해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여전하다. 아직도 우리끼리 ‘아지트’라고 불렀던 비밀 장소에 놀러 가고 싶고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면서 놀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도 없거니와 현실은 숨이 막힐 정도로 끊임없는 출근, 퇴근, 잠의 반복이다.
닌텐도 스위치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이런 나의 로망에 적절히 부합한다.
덩그러니 주어진 텐트에서 시작하는 유유자적 동물의 숲 라이프는 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게임과 화려한 액션 게임을 하는 유저라면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을 켜면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시간대마다 바뀌는 BGM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동물의 숲은 일상에 지쳐 잠시 마음의 평화가 필요할 때 플레이하기 좋은 게임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오늘 곤충 채집을 하고 싶으면 종일 곤충을 채집할 수 있고, 낚시를 하고 싶으면 종일 낚시를 할 수 있다. 과일을 따거나 해녀가 되어서 물질을 할 수도 있다.
다행히 동물의 숲에는 플레이어 혼자만 사는 것은 아니다. 동물의 숲에는 이웃 주민 10명이 살게 된다. 10명이 다 입주하면 이들 중 하나는 어느 날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고 물어오기도 하는데, 이때 보내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붙잡아 둘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주민들은 하나같이 귀엽다. 그러나 조금만 검색해보면 동물의 숲 인기 주민 순위나 비호감 주민 순위같이 순위를 나눠 못생긴 동물을 이사 보내는 방법을 찾거나 하는 글들이 있어 내심 안타깝다.
그러나 나도 만나 보고 깜짝 놀란 몇몇 주민들은 있었다
가구 제작 레시피를 모아 나무를 베고 광석을 캐서 가구를 만들고, 잠자리채나 삽, 낚싯대 같은 도구들을 직접 만드는 시스템도 재미있다. 또 가구들로 집을 꾸미거나 마을을 꾸미는 것도 많은 재미 요소 중 하나다.
현실의 시간과 똑같이 진행되는 리얼타임 게임이라는 점도 플레이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게임의 빠른 진행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얼타임이기 때문에 좀 더 느긋하고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게임 세계의 날씨는 현실의 날씨처럼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맑거나 흐린 날씨를 구현하고 있어,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고달픈 현실에 너무나도 지쳤거나, 경쟁이나 전투 게임에서의 긴박감과 치열함에 지친 플레이어들에게 잠깐의 휴식이 될 수 있는 게임이다.
또 어린 시절 아무런 고민과 걱정도 없이 그저 즐겁게 뛰어놀던 옛날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줄 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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