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팀덱(Steam Deck) LCD 리뷰 - 슬립 모드

플라스틱조각 2025. 2. 27. 01:14

  23년 8월쯤 퇴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래가 불투명했고 앞으로 근로소득은 발생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퇴사하지 않고서는 내가 죽든가 누구를 죽이든가 할 것 같았다.

  번아웃 증후군이었나? 그러기에는 그냥 내 일생이 번아웃이었다.

 

  그때 오랫동안 살까 말까 고민했던 스팀덱이 사고 싶어졌다.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스팀덱

 

  일렉트로마트에서 구매하기 몇 달 전 코모도 사이트에서 대략 5~8만 원가량 할인도 했던 것 같았는데 그때도 심사숙고하고 있어서 구매를 못 했다.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 반 충동적으로 정가에 구매해 버렸다.

 

환경을 해치는 충전기가 동봉

 

  국내 정발판답게 대관람차에서’, ‘할머니 댁에서같은 한글이 눈에 띈다.

구성품은 튼튼한 파우치, 충전 어댑터, 사용설명서.

 

튼튼한 파우치. VALVE 로고가 박힌 케이블타이 같은 재질로 봉인되어 있다.

 

 

  안 그래도 일렉트로마트에서 샘플 기기를 만져보지 못해서 크기나 무게에 대한 감이 없었는데, 개봉 후 실물을 보니 그 크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무게도 과연 휴대용이 맞는가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뒷면에는 조이스틱의 집게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있는 R1, R2, L1, L2 버튼에 이어 R4, R5, L4, L5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은 게임 설정 내에서 특정 키를 매핑하여 사용할 수 있다. 손이 짧거나 손이 작은 사람은 적절히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

스팀로고와 함께 켜지는 스팀덱. 충전기는 닌텐도.

 

  초기 세팅은 언어 선택 및 와이파이 선택 등 어렵지 않게 진행된다.

  스팀덱에는 리눅스 기반의 스팀 OS(Steam OS)가 탑재되어 있다. 스팀 OS는 게임 모드와 데스크톱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스팀덱이 휴대용 치고는 꽤 크고 무거운 게임기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PC 스팀에서 구매한 게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게임 중 다른 볼일을 보려고 슬립모드로 전환한 후 다시 켜면 일시정지되었던 게임을 바로 이어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다.

 

  자유로운 슬립모드는, PC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책상에 각 잡고 앉아 긴 호흡으로 하기 귀찮거나 어려울 때 소파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잠깐씩 플레이하다가 쉬었다가 할 수 있어 게임을 편하게 즐기기 좋았다.

 

  리눅스 기반의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 답게 스팀덱으로는 별의별 것을 다 할 수 있다. 이런 에뮬 게임기로 만들어 추억의 고전 게임들을 즐기는 것은 스팀덱으로 할 수 있는 극히 일부 중 하나이다.

 

  스팀덱을 가리키는 말 중 세팅덱이라는 말이 있다. 갖가지 세팅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 다 해놓고는 이내 열정이 식어버려 방치해 버리는 일을 뜻한다. 나도 저런 고전 게임들을 이것저것 찾아가며 어렵사리 세팅해 놓고 정작 많이 플레이하지는 않는다.

 

  스팀덱을 구매하고 가장 많이 한 게임은 스타듀밸리였는데 최근에는 유로트럭 시뮬레이터 2를 하며 유럽을 누비는 트럭커의 삶을 살고 있다. (현생 아님)

 

  스팀덱은 흔히 말하는 AAA급게임들을 풀옵션으로 구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옵이나 중하옵으로 사양 타협을 봐야 한다.

  그럼에도 스팀덱을 추천하는 사용자는 크게 세 가지다.

 

  1. 스팀에 게임이 많은 사용자

  2. 전자기기 덕후

  3.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하기 어려운 사용자

 

  장래는 학생 때나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어도 여전하다.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고민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되겠지만 꼭 스팀덱 같은 게임기 구매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잠깐씩 쉬어갈 수 있는 취미 활동을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