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샀던 시집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이었다. 지독하게 우울하고 침잠되어 있던 나는 기형도의 시들을 읽으며 더 깊은 우울함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헤아려보니 놀랍게도 시집을 산 것이 10년도 더 넘었다. 가뜩이나 독서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데, 내 생각에 장르 중에서도 특히 ‘시’는 더 읽히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쉽게 생각해보면 시는 아마도 특별히 더 난해하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시에 대한 관심이 생겨 요즘 독자들이 많이 읽는 시집이 뭔가 하고 찾아보던 중 표지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시집 한 권을 찾았다. 앞서서 이 글은 문학적인 지식의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에 대한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닌 시집에 대한 가벼운 소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