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을 읽고 난 후

플라스틱조각 2026. 3. 5. 09:52

어떤 역경이 닥쳤을 때, 주로 드는 생각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 또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다.
대체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내 머릿속에서 나는 이미 여러 번 나를 죽였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 수도 없이 생각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후회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일 수도, 현재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죽을 수도 없었다.
내 인생은 줄곧 죽고 싶은 나날들과 죽고 싶은 생각을 잠시 잊은 나날들로 이루어졌다.
 
나온 지는 1년 가까이 됐지만 얼마 전부터 자꾸 내 눈에 밟힌 책이 있었다.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책이었다.
 
얼마 전 많이 회자되었던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 같은 책을 읽었다가 상투적이고 가벼운 내용에 실망하고 같은 장르의 책들을 읽기가 꺼림칙해 읽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단 한 번의 삶』의 서 너 페이지를 읽었다가 홀린 듯이 그대로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책은 김영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이 어떻게 흘러 자신이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가를 유년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 적고 있다.
 
블로그에 책의 모든 내용을 적을 여력이 없어 내가 감명받고 위로를 받은 몇 가지만 적는다.
 
김영하 작가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 「거짓말쟁이」에 등장하는 로봇의 3원칙의 예를 들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부모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로봇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32쪽) 이는 우리에게 불현듯 주어진 ‘인생’이라는 ‘과업’이 시작부터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작가는 구세주도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원치 않았지만 오게 된 곳, 막막하고 두려운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라는 말로 생일을 축하하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긴다. (31쪽)
 
김영하는 ‘언제부터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도 ‘작가가 되어 이렇게 오래 살아갈 줄은 몰랐’다고 적는다. (137~138쪽) 자신의 미래도 알 수가 없었던 김영하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자신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하고 물어오는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섣불리 답해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러한 가능성을 점쳐보려 하지 않고 조용하고 꾸준히 글을 써 온 제자들 중 몇 명이 등단했다고 적는다. 김영하는 미래란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고 적었다. (143쪽)
 
우리는 ‘그 때 이렇게 했더라면’하고 과거를 후회하거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불안을 항상 안고 산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 다시 말해 내가 살아갈 수도 있었을 삶이란 내가 태어나지 않은 세상과 비슷하다. 나는 거기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없었다. 그게 전부다. (185쪽)

 
그러나 우리는 거기도 저기도 아닌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실상 ‘여기’ 있는 우리에게 거의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다.
 
김영하는 물리학에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은 지구상의 인간을 위한 편의적인 개념일 뿐이라는 설명에 주목한다. 한 방향으로 흐르는 불가역 한 시간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생각하면 좀 더 편안하게 미지의 미래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그저 무한한 가능성 중의 하나라면, 그 값은 0(1/∞=0)이며 아무런 무게를 지니지 않을 것이니, 존재의 가벼움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더는 단 한 번의 삶이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적는다. (192쪽)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나도 되도록 과거를 반추하며 후회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지 않고 조금 더 가볍게 하루 하루를 언젠가 다가올 미지의 내 모습을 그리며 살아갈 위안을 얻었다. 녹슨 생각이 변하자 생활도 조금씩 개선되는 것이 느껴졌다.
새삼 좋은 책 한 권이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