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주운 공책에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괴담은 어렸을 적 많이 들어본 클리셰다.

애니메이션 데스노트(Death Note)는 그러한 괴담에 살을 붙여 만든 애니메이션인 것 같다.
데스노트는 평범한 고등학생 라이토가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운 뒤 그 노트를 범죄자 처단에 사용하기 시작하며, 그러한 데스노트 용의자를 좇는 엘(L)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인물은 각자가 믿고 있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이지 최선을 다한다.

데스노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철저한 사실과 증거 수집을 통한 '웬만해서는 적법한' 수단을 통해 수사를 이끄는 '엘(L)'이다.
엘은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항상 굽은 어깨의 자세를 유지하고, 의자 위에 쭈그려 앉아 있거나 추리를 하며 커피잔에 각설탕을 쏟아붓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키라'의 검거를 위해 자신이 얼굴을 드러내면 데스노트에 의해 죽을 가능성을 높이면서까지 일선에 나서서 수사를 진행하는 승부사 기질도 가지고 있다.

라이토도 마찬가지로 작중에서 엄청난 지능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데스노트를 얻고 나서 그는 자신이 '정의'라고 믿는 어긋난 신념에 지배당하며 자신의 주도 아래 범죄자들이 절멸한 '신세계의 신'이 되기를 자처한다.
엘이 라이토에게 "태어나서 한 번이라도 진실이란 걸 입에 담은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라이토라는 인물을 단 한 줄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라이토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주변 인물들을 현혹시켜 소위 '가스라이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범죄=나쁜 것=없앤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의 방법에 있어서 '개인의 판단과 신념에 따라 인간을 죽이고 살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이토는 인간 사회의 합의와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사법체계를 완전히 배제한 체 개인의 독단으로 범죄자 처단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 제재'는 우리 사회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사법 체계 안에서 내려진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과 '법의 맹점'은 어떤 면에서 사적 제재의 옹호 여론까지 불러일으킨다.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본 데스노트는 결국 불완전한 '사법체계'와 '사적 제재'에 대한 문제까지 되짚어보는 기회가 되어버렸다.
인간 사회의 합의와 절차라는 것은 계속 변화되고 보완되어 가는 것이기에 불완전한 것이 바람직한 일이나, 뉴스에 나온 흉악범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감형되고 납득이 되지 않는 형량을 받는 것은 커다란 분노를 일으킨다.
작중 '그저 살인자'로 취급받는 라이토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때는 데스노트를 통해 흉악범에 사형을 선고하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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