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NELL'S SEASON 2025 Acoustic Concert <Still Sunset> 관람 후기 - 유니버설 아트센터 최고

플라스틱조각 2025. 5. 22. 09:58

  2003년 즈음 서태지의 인디밴드 발굴 및 육성 사업의 일환이었던 '괴수 인디진' 레이블이 있었다. 넬의 앨범 2장 Let It Rain과 Walk Through Me 가 이 레이블에 있을 때 발매됐다. 그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Stay'나 'Thank You'같은 명곡들이 나왔고 이때부터 밴드 넬(NELL)의 오랜 팬이 되었다.
  매년 넬의 콘서트를 간 것은 아니지만, 넬 멤버들의 '군 전역 후의 첫 콘서트' 같은 내 나름의 특별하다고 생각한 몇 차례의 공연은 관람했다. 요 몇 년은 거의 잡덕이 되어버린 내가 아이유나 요아소비의 콘서트 등을 관람하며 넬의 콘서트를 꽤나 보러 가지 않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넬의 '7년 만의 어쿠스틱 공연'이라는 점에 이끌려 이번에도 '공연장 안에 어떻게든 들어가 있자'는 마음으로 티켓팅을 했다.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기 때문에 티케팅의 기준은 혼자 편하게 볼 수 있는 사이드 끝의 한 좌석을 선호하는 편이다. 티켓팅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앞자리는 일단 포기하고, 애매한 중간보다는 차라리 무대 전반을 볼 수 있는 뒷좌석이 낫다.

티켓 사진을 안 찍어놔서 관람석에서 황급히 찍음

  아무리 어쿠스틱 공연이기로서니, 120분짜리 공연을 5월 2일 ~ 5일, 5월 9일 ~ 11일 까지 총 7회로 구성한 공연이었다. 아직 청춘 같은 밴드 넬. 내가 간 공연은 11일 막공. 장소는 유니버설 아트센터였다. 대략 서울 어린이 대공원 근처.
 
  근래에 이유를 알 수 없이 컨디션과 체력이 저하되어 사실은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는 했지만 취소할 수 없어 길을 나섰다. 날씨도 좋고 주말을 맞아 많은 가족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나는 혼자였다. 클리셰처럼 '군중 속의 고독'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유니버설 아트센터 건물을 수놓은 넬의 Still Sunset 공연 현수막

  지방에 살기 때문도 있지만 콘서트를 보러 갈 때는 MD 구경이나 산책도 할 겸 2~3시간 정도 일찍 공연장 근처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기다리는 시간도 나름은 즐거웠다. 그러나 에이징 커브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이기 때문인지 이제는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지루하고 공허하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어쨌거나 기다려야겠기에, 인파들 사이에 앉아도 있어보고 유니버설 아트센터 바로 옆의 학교도 있길래 교정도 멀찍이서 구경했다.

  선화예술중학교와 선화예술고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다고 하는데, 예술학교라서 그런가 미적으로 정돈되고 예쁜 것 같이 보였다. 날씨가 좋아서인가, 아니면 인공잔디 때문인가.
  지난 몇 번의 공연 관람에서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번 공연 시작을 기다리면서 더 확실하게 느낀 게, 이제는 연에 1회 정도만 콘서트를 관람하든가, 아니면 체력이든 정신력이든 회복되면 그때 관람을 하든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D의 구성, 좋았다

  MD, 돈만 있었으면 다 사고 싶었으나 가정의 달을 맞아 과소비한 탓에 눈으로만 구경해버렸다. 그리고 방 정리도 안되는데 이제는 물건을 하나 사는 것도 다 공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니 뭐 하나 쉽게 구매하기가 어렵다.
 
  유니버설 아트센터 철문 쪽에 사람들이 서 있길래, 직감적으로 넬 형들의 출근길이 저기구나 싶어 근처에 앉아서 구경했다. 넬 멤버로 보이는 차들이 들어갈 때 팬들이 인사하고 선물을 건네려고 하는 광경을 보니 우리 형들 아직 살아 있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돌 같은 느낌도 좀 들었다.
 
  팬분들이 무료로 나눠주는 자체 제작 굿즈들이 있길래 몇 개 받아 들었는데 귀여웠다.

재경 생일 컵 속 종완

  공연 시작 30분 전 입장이었는데, 심신이 지친 나는 30분 전에 바로 입장해 버렸다. 아마도 유니버설 아트센터는 처음 와본 것 같은데, 어쿠스틱 공연과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관람석과 무대였다. 마치 굉장히 프라이빗한(?) 오페라를 보러 온 기분까지 느껴졌다.

  관람 내내 좋지 않은 컨디션과 좋아 죽겠는 어쿠스틱 공연 사이를 오갔고 그래도 보러 오기를 정말 잘했고, 정말 행복했다.
 
  날이 조금은 더운 편이라 사람들이 음료를 많이 마셨서 그랬는지, 공연 중간 중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종완이 형은 자신들의 노래가 배변활동에 도움이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을 표해서 크게 웃었다.
 
  폰카메라도 좋은 편이 아니고, 공연을 눈으로 온전히 담아가고 싶어 무대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다.

커튼콜

  전문적인 음악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넬 공연 중 가장 음향이 좋았다. 유니버설 아트센터의 시설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은 음향과 더불어 어쿠스틱 공연임에도 이토록 사운드가 꽉 차고, 이미 여러 해 거쳐 완성된 곡들이라고 생각했던 곡들도 새롭게 편곡하여 선보이니 신선하고 몇몇 곡은 원곡보다도 더 좋다는 느낌도 들었다.
 
  넬 형들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음악하고, 넬 팬분들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
 
  근데, 나는 이제 어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