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가 내 앞에 가고 있는 차의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아서 온전히 내 감으로만 앞 차가 멈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때마다 나는 차 안에서 기본적인 자동차의 점검도 하지 않는 앞 차의 운전자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브레이크등을...
그러던 어느 날 주차를 하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고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후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를 확인했더니 아뿔싸, 나는 그때 내 차의 브레이크 보조등(차 뒷유리에 위치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 이게 나갔었는지도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아반떼 MD(2011)의 브레이크 보조등 교체는 내가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해 보였다.
트렁크를 열고 허리를 숙여 트렁크 위쪽을 보면 저 흰색의 뭔가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른다.
먼저 이 플러그를 뽑는다. 양 옆의 튀어나온 무언가를 꾹 누른 채 살살 뽑는다는 느낌으로 빼야 잘 빠진다. 뭔가 단단한 느낌이라 부러질 것 같이 무서웠지만 양 옆을 잘 누르면서 빼준다는 느낌으로 힘을 좀 쓰면 잘 빠진다.
그다음에는 저 전구를 덮고 있는 덮개를 왼쪽으로 돌려서 빼야 된다.
선이 끊어지거나 덮개가 부러질 것 같은 두려움이 들지만 저 날개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돌리면 선이 끊어질 만큼 돌아가지도, 부러질 만큼 약하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럼 그 안에 이런 조그만 전구가 쏙 들어가 있다. 왼쪽으로 살짝 돌려서 빼면 끝.
이런 전구를 인터넷에서 사자니 전구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다. 근처 카렉스가 있어서 가보니 3,700원에 좋은 아이템을 팔았다.
문제는 차에 칼이나 가위가 없어서 손으로 단단한 포장을 쥐어짜다가 차에서 볼펜을 찾아 포장을 찢고 전구를 뽑아냈다는 것이다.
무책임하게도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다.
사온 전구를 구멍에 눌러 넣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동그란 마개를 홈에 잘 맞춰 다시 오른쪽으로 돌리고, 제일 처음에 뽑았던 플러그를 다시 끼워넣기만 하면 브레이크 보조등 교체 끝.
이제는 브레이크등이 고장 난 앞차를 보고도 비난의 수위를 좀 낮출 수 있게 됐다.
자신이 매일같이 운전하는 차에 대해서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안전과 직결된 이런 사소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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