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드는 오만가지 생각 중의 대부분은 '불안'이다. 사소하게는 오늘 하루에 대한 불안일 때도 있고, 나아가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일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불안은 우리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인가?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찾는다. 우리에게는 높은 지위를 가졌을 때 따라오는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이점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잃어버리게 될까 봐 항상 불안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높은 지위를 얻기가 어려우며, 그것을 평생에 걸쳐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어디서 어떤 피를 가지고 태어나느냐에 따라 지위가 날 때부터 고정되는 사회가 아니라면, 지위는 우리의 성취에 달려 있다. p. 9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높은 지위를 갖고자 하는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에서 찾는다.
원인
1. 사랑결핍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짓는 것.
2. 속물근성
사회적인 부나 지위를 갖지 못했을 때, 거기서 오는 타인의 무시와 외면.
3. 기대
물질적 진보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부, 지위, 신분 등의 상승에 대한 기대.
4. 능력주의
부와 지위를 갖지 못한 것은 그저 능력이 없고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상.
5. 불확실성
재능, 운, 경제적인 환경 등 우리를 둘러싼 무수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
해법
1. 철학
세인의 평가에서 기인한 ‘명예’를 두고 결투로 목숨을 걸고 싸워 온 인류의 역사. -> 다른 사람의 경멸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가진 정신구조와의 유사점.
철학적 사고라는 검증단계를 거쳐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과정의 필요성.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칭찬을 받으면 더 나아지는가? 에메랄드가 칭찬을 받지 못한다고 더 나빠진다더냐? 금, 상아, 작은 꽃 한 송이는 어떤가?”라고 하며 칭찬에 대한 유혹도, 모욕에 대한 괴로움도 없이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파악하라고 권한다.
2. 예술
아널드의 ‘교양과 무질서’ -> 예술의 쓸모는 ‘삶의 비평’
소설가는 사회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표준 렌즈, 즉 부와 권력을 크게 확대해 보여주는 렌즈를 인격의 특질을 확대해 보여주는 도덕적 렌즈로 바꾼다.
도덕적 렌즈로 보면 높고 강한 사람은 작아지며, 잊혀져 뒤로 물러나 있던 인물이 오히려 크게 보일 수 있다. 소설의 세계에서 덕의 움직임은 물질적 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p.170
미술, 비극 희극 등도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길러준다.
3. 정치
시대와 사회의 지배구조에 따라 높은 지위에 오르내릴 수 있었던 천차만별적인 환경에 대한 이해.
4. 기독교
기독교적인 사고를 통한 죽음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 공동체적 사고.
5. 보헤미아
보헤미아 -> 사회가 요구하는 부와 지위의 굴레 밖의 삶을 추구함.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다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중략)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체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기초하여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이 다섯 집단은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는 유지하면서, 무엇이 각 항목에 속해야 하는지를 재규정하려 했다. (pp. 355~356)
저자는 불안의 원인과 기원을 파헤치고 그에 대한 해결책(대안에 가까운)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해결책이 곧 해답은 아니며, 그들이 가진 맹점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큰 위로를 주는 것은 현재의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영원불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삶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 어떤 가치관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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