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니허츠 타이탄 2 (Unihertz Titan 2) 잠깐 사용후기

플라스틱조각 2026. 6. 5. 09:31

초기부터 휴대전화는 물리적인 키패드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쿼티 방식 물리 키패드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바로 블랙베리(Black Berry)였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던 블랙베리는 2007년 정전식 터치스크린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스마트폰인 아이폰(iPhone)에 자리를 내주며 하락세를 맞이한다.

그래도 2015년 정도까지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쿼티 물리 키패드 방식의 고집과 스마트폰 시장의 적응 실패로 2022년 경에는 아예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를 선언하게 된다.

한국에서 그저 예쁜 쓰레기로 불리던 블랙베리는 역설적으로 그 쫀쫀한 쿼티 키패드와 귀엽고 예쁜 디자인 그리고 약간의 홍대병 같은 희소성으로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큰 셀링포인트로 작용했다.

좌측부터 블랙베리 Q10, 블랙베리 클래식, 블랙베리 패스포트

블랙베리 Q10과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만지고 사용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모델들을 사용할 당시 통신사와 호환이 좋지 않아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누락되는 콜드롭 현상이 밥 먹듯 발생해서 중요한 연락을 몇 번 놓치고 난 후에야 그 예쁜 쓰레기라는 악명을 체감하고 갤럭시나 아이폰을 사용하고자 했던 추억이 있다.

 

그렇게 추억 속에 묻어둔 쿼티 키패드와 블랙베리의 존재가 근래 들어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좌측부터 클릭스 커뮤니케이터, 이코 마인드원, 유니허츠 타이탄 포켓

이번에 만져보게 된 모델은 유니허츠의 타이탄 2이다. 겉으로 보기에 디자인은 흡사 블랙베리에서 나왔던 패스포트를 닮아 있다. 실제로 블랙베리 패스포트의 디스플레이를 가져다 썼는지, 디스플레이 위의 유니허츠 로고를 제거했더니 밑에 블랙베리 로고가 숨어 있었더라는 게시글도 봤다.

 

유니허츠 타이탄2의 스펙

 

AP : 미디어텍 디멘시티 7300

RAM : 12GB (LPDDR5)

ROM : 512GB (UFS 3.1)

디스플레이 : 전면 4.5인치 정사각 OLED 디스플레이 (1440*1440) / 후면 2인치 서브디스플레이

카메라 : 전면 3,200만 화소 / 후면 5,000만 화소 메인 + 800만 화소 망원 (3.4배 광학줌)

배터리 : 5,050mAh (33W 고속충전 지원)

무게 : 245g (두께 10.8mm)

기타 편의 기능: 지문 센서(전원 버튼 통합), 안면 인식, NFC, Wi-Fi 6, 블루투스 5.4, 리모컨 센서(IR 블라스터)

네트워크 : 5G 지원, 듀얼 나노 SIM

 

디자인

 

유니허츠 타이탄 2의 앞면은 정말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닮았다.

뒷면은 가죽같은 느낌의 패턴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손끝으로 만져보니 실제 가죽처럼 오돌토돌하고 마찰력이 있다.

그리고 후면의 세컨드 스크린... ? 여기로는 시계나 알림을 보거나, 음악 재생을 컨트롤하거나,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갤럭시 Z 플립 모델을 접었을 때 외부 스크린의 사용 용도와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두께... 으음? 상당하다 스펙 상으로 1cm가 넘기 때문에 스마트폰 치고는 엄청난 두께라고 할 수 있다. 두께만큼이나 무게도 상당하다. 갤럭시 s26 울트라 모델의 무게가 214g인데, 이 모델은 245g이다.

케이스라도 끼우면 280~300g까지도 무게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바지에 이 휴대전화를 휴대할 시 바지가 벗겨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 후기

 

장점

 

- 긱(Geek)한 것에 환장하는 나라서 그런가 유니허츠 타이탄 2의 거대한 크기와 괴팍한 디자인에도 그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요미(거대한 귀요미)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 물리 키패드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예전에 블랙베리 모델을 사용할 때의 그 또각거리는 키패드의 느낌이 나서 누르는 맛이 있었다. 측면의 특수 버튼이나 특정 알파벳에 HOT KEY처럼 어떤 동작이나 앱의 실행을 지정해 둘 수 있는 것도 편리했다.

 

- 그냥 SIM 카드를 넣고 사용해도 LTE로 잘 작동하지만, OMD 등록(KT 기준) 5G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 흔히들 말하는 홍대병감성으로 희소성 하나는 끝내준다. 길을 가다가 혹은 주변에서 유니허츠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뿐더러, 이런 물리 키패드가 달린 폰을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점

 

- 물리 키패드의 압박 : 컴퓨터 키보드 자판의 배열이 익숙한 사람은 금세 적응하겠지만, 한글 각인이 따로 되어 있지 않아 한글 입력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또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네이버 키보드나 도돌 키보드 등 서드파티 키보드 앱을 사용하거나, 기본 Gboard를 사용해야한다. Gboard는 미국놈들이 만들어서 그런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다.

나름 유니허츠 사용자모임 카페가 있어 이 물리 키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좋은 키보드 앱을 직접 만들거나 정보를 공유해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순정 안드로이드 OS의 압박 : 기기 덕후들은 삼성에서 제공하는 One UI, 애플의 IOS의 특정 동작이나, 디테일 등에 대해 분노하고 지적하지만, 이 유니허츠 타이탄 2의 순정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해보고 나면 그들이 도대체 얼마나 편리하고 위대한 소프트웨어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정식 발매된 폰이 아니라, 어느 설정 메뉴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운 번역된 한글이 있는 것은 덤.

 

- 유니허츠는 중국회사다.

 

 

애매한 점

 

디스플레이 : 1:1 화면 비율의 정사각형이 주는 미학적인 안정감은 대단했다. 그러나 요즘 그런 휴대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틀어 보면 화면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부분은 화면에서 그저 1/3 정도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것은 곧 유니허츠 타이탄 2가 영상을 소비하는 데는 부적합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니허츠 타이탄 2는 누가 사용하면 좋을까?

 

1. 블랙베리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사람

2.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은 사람

3. 전자기기 오타쿠

 

어쨌거나 스마트폰 디자인에 거의 표준이라고 할만한 모양이 진작 완성되어 진부한 시대에 이런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고 또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은 나 같은 전자기기 오타쿠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는 쓰이지 않는 탈부착 배터리도 재도입을 추진하고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선이어폰 같은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회귀하는데 블랙베리도 다시 신제품을 내놓는 상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중에 블랙베리는 IoT 산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서 주식이 130% 올랐다고 한다.